무의식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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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죽음

나에게 두 번째 죽음은 마포구 상수동에서 였다.라깡의 두 번째 죽음은 상징적 죽음이다.  대타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죽음이다. 그 때, 삶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제당하는 것도 아닌 무중력의 생활이라고 할까. 도망치는 것이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나는 끝없는 잉여향유의 미로에 갇혀있다. 한편으로는 헛헛하고, 한편으로는 막 거칠게 곤봉을 휘두르고 싶다. 이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주이상스에 대한 향수도,  결여를 채우려는 욕망도 아닌 것 같다. 나를 소모하는 세상의 물질과 멈춰있는 시간들이다. 주체, 실재의 부산물들이 다시 응집되려는 것일까. 이 파렴치한 리비도는 기어이 죽음의 머리채를 흔들고 있다.  나는 여기서 세번째 무덤을 판다. 윤리적인 고꾸라짐. ..

하나의 환상과 증상의 구성

초기 유아기 장면의 중요성은 그것이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 있다. 프로이트는 분석 임상에서 사람들은 초기 유아기 장면에 대해 그것이 ‘실제 일어난 사건의 재생’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에 대해,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재구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거나, 동물의 성교에서 비롯된 무의식적 지식을 덮어씌웠거나, 왜 우리의 환상이 하나의 장면, ‘최초의 성교 장면’으로 모이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는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모든 것이 이 환상으로 모이는 것 같았으며, 또 후에 합성을 하는 과정 중에 얼마나 서로 다르고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그것에서 퍼져 나왔는지... ” 많은 것들이 유아기 환상에서 나왔..

대학원 담화 2024.10.08

꼬마 한스

“어린아이의 성을 구성하는 성분 속에 이후의 삶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신경증적 징후의 동인들이 들어 있다고 가정한다.”   정신분석은 개인의 서사를 돌아보게 한다. 기억나지 않는 유년 시절을 재구성하기도 하고, 은밀한 유아시절의 환상을 불러내기도 한다. 그것들이 우리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임상에서 밝혀진 것은 어린시절에 구조화된 일종의 반복이 평생을 N차의 버전으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혹시 이 것은 프로이트라는 대타자의 고정관념에 무의식적으로 내 인생을 끼워 맞춘 것은 아닐까. 그러한 생각은 오히려 ‘부인’된 진실일 것이다.   한스 아버지가 한스의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한스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질문하고 일련의 과정이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유아기..

대학원 담화 2024.09.23

초자아의 기원

멜라니 클라인은 초자아의 기원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해소단계가 아니라 초기부터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구강 좌절이 오이디푸스적 충동을 방출하고 그와 동시에 초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 구강가학증은 유아 초기에 빨지 않거나, 물거나 하는 행위를 가르키는 것으로 보인다. 멜라니 클라인은 구강 가학증이 “아이의 파괴적이고 본능적인 요소”로 인한 결과로 보았다.(223P) 이 요소는 프로이트가 제시한 죽음욕동이라고 생각된다. 라깡에게 있어서는 죽음충동이라고 불렀을 이 욕동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상정되는가? 프로이트에 따르면 미충족된 리비도는 불안 또는 분노의 양태로 변형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리비도가 왜 파괴적인 속성을 띠는가? 유아의 육체에서 오는 긴장은 아이에게 가..

대학원 담화 2024.09.23

구강 가학과 초자아의 기원

멜라니 클라인은 초자아의 기원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해소단계가 아니라 초기부터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구강 좌절이 오이디푸스적 충동을 방출하고 그와 동시에 초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 구강가학증은 유아 초기에 빨지 않거나, 물거나 하는 행위를 가르키는 것으로 보인다. 멜라니 클라인은 구강 가학증이 “아이의 파괴적이고 본능적인 요소”로 인한 결과로 보았다.(223P) 이 요소는 프로이트가 제시한 죽음욕동이라고 생각된다. 라깡에게 있어서는 죽음충동이라고 불렀을 이 욕동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상정되는가? 프로이트에 따르면 미충족된 리비도는 불안 또는 분노의 양태로 변형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리비도가 왜 파괴적인 속성을 띠는가? 유아의 육체에서 오는 긴장은 아이에게 가..

대학원 담화 2024.09.22

소외

일반적인 차원에서 소외감은 삶의 공허감과 같은 말처럼 쓰인다. 주인의 반대말 처럼도 쓰인다.  인간은 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타자의 시선을 경유하여 몸을  느끼는 것일까. 소외는 일종의 정동이지, 실체가 아니다.  소외의 효과로서 우리는 '자아'를 찾겠다는 일념을 지니게 된다.  언어로 거세된 존재의 분열은 '진실게임'에 들어선 것이다.타자를 치는 나의 손이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진다.  머리 중앙에 관중석에 앉아 지켜보는 나. 나의 시선은 카메라와 스크린의 두 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런 분열된 상황을 소외라고 싶다.

cartel 2024.09.05

증상의 반복

내게 있어서 이제 반복이란 '증상의 반복'이다. 그것은 시간을 두고 반복된다. 인생 자체가 증상의 변주된 반복이다. 그것을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그런데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어떤 것이 반복'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패턴을 읽어내려고 애쓰고, 그리고 찾아낸 패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골몰하면서,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대타자'를 찾는다. 증상의 의미를 찾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증상의 원인을 찾는다고 해서 뭐가 또 달라질까? 그렇다면 우리는 포악한 증상에 사로잡혀 끝, 죽을 때까지 고통받아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고통의 삭제를 위해 증상의 해석을 타자에게 구한다면, 그 해석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라깡정신분석에서는 내담자 스스로가 그 증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윤리'로 본다. 비록 상..

카테고리 없음 2024.06.26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의 치료를 욕망하지 않는다. 상처는 벌려놓은 채로, 증상은 남아있다는 소리다. 정신분석이 끝나고 증상과 함께 살아가기가 가능해지지만, 새로운 증상의 출몰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쾌락의 감산이 뒤따른다.  '증상에의 향유'가 '공백에의 욕망'을 만나면  예전의 향유를 반복하기 어렵게 된다. . 환상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다른 증상을 찾는다. 어쩌면 증상의 창의적 전개가 관건인지 모르겠다.  정신분석가의 공백의 주입을 통해 내담자의 서사는 그 '신화적 힘'을 잃게 된다. 원인과 결과의 논리들은 무의식의 논리에 종속된 것을 알게되면 내담자의 인생은 달라진다. 달라진 인생이 더 좋거나, 더 나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

cartel 2024.06.03

꿈의 재개

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보거나,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 나는 그 고속철도에 탔는데, 어두운 터널로 들어서자 굉장한 속도로 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가족단위였고 나는 혼자였다. 롤러코스터와 같이 고속철도는 달리다가 급강하 했는데, 발이 허공에 뜨고 얼굴에 바람이 느껴졌다. 원래 그와 같은 서늘한 스릴을 즐기는 터라 나는 무섭지 않았다. 철도가 멈추고 내리니 어느 항구마을이었다. 오래된 관광지같은데, 불결한 시장도 함께 있었다. 한 여경찰이 볏짚을 들어 거기 쥐똥을 보여줬다. 그리고 가다가 죽은 비둘기도 보였다. 나는 낡은 호텔에서 씻고 가려고 했는데, 어떤 여자가 양말을 잔뜩들고 나와 부딪혔다. 그녀는 오늘 양말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또 한 짝의 양말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