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대학원 담화 15

분석의 끝은 있는가?

나의 분석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프로이트는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분석의 자연스러운 끝은 있는가? 묻는다. 나의 분석의 종결은 더없이 댕강 잘린 두부 같았다. 뭐랄까.. 어정쩡하고 담백한 끝이였다. 라캉은 분석의 끝에서 ‘환멸’을 예고하기도 했다. 나는 마지막 꿈에서 분석가의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오는 꿈을 꾸었다. 경악했지만, 그러려니 한다. 프로이트는 분석의 끝이라는 것은 ‘환자가 더 이상 증상으로 괴로워 하지 않으며, 억압된 것이 충분히 의식화 되어 병리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 다른 의미로는 분석의 끝은 ‘다른 증상으로 대체되지 않는 증상의 소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아의 변형보다 외상에 의한 경우가 더 많이 성공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기질적..

대학원 담화 2025.04.08

정신분석의 계몽

앙상한 오해   “대중들의 기억 용량은 그리 크지 않으며 그들은 어떤 주장에 대해 앙상한 뼈대만 기억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그것을 극단적인 형태로 만듭니다. ” 프로이트는 그가 모든 것을 성적인 것으로 환원한다는 시대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자 한다. 이 말은 모든 것을 우리가 이해차원에서 받아들일 때 저지르는 실수 이기도 하다. 우리는 뭔가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압축시키고, 구조화 시키면서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려고 한다. 물론 이 작업도 공부나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는 쉽지 않지만, 이것은 대중이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대중은 타자의 말을 극단적으로 주어와 술어만 기억하며 입장을 취한다. 하나하나 따져서 물을 생각도, 시간도 없다. 모든 대중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대중은 프로이..

대학원 담화 2025.04.01

전이 사랑, 분석의 시작

프로이트는 환자를 해석하는 것보다 진짜 어려움은 전이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라는 프로이트의 논문은  '전이 사랑'을 다루고 있다. 전이사랑은 의사를 이성으로 대하며 상상계적 관계를 맺고자하는 환자의 욕망(의지)다. 다시 말해 환자가 의사를 사랑하는 것이다. 안나. O의 사례처럼 그녀는 브로이어를 사랑하게 되고, 브로이어는 역전이를 일으켜 도망가고 만다. 프로이트는 이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전면에 등장시켜 분해하고, 최적의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이 상상계적 관계를 의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프로이트답게 디테일하고 심도 있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의사의 확고한 윤리관, 분석을 완결하고자하는 욕망이 관건인 듯 한다.  “애정사건, 그것은 다른 어떤 것도 쓰여질 수 없는 특별한 페..

대학원 담화 2025.03.26

대한민국의 우울적 자리

대통령의 편집-분열 자리와 대한민국의 우울적 자리  들어가는 말  처음 멜라니 클라인의 논문을 접하고 다른 논문들과 달리 그 문체가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클라인은 때로는 드라마로, 때로는 독백으로 작두를 탄 듯 글을 써내려간 것만 같았다. 마치 빙의한 것처럼 유아의 무의식을 통과하는 듯 느껴진다. 클라인은 무의식 속을 탐사하면서 이론을 전개하지만, 그것이 신비주의나, 낭만주의가 아닌 순환되는 개념 속에서 프로이트를 넘어 ‘독창적인 이론’을 말년까지 구체화하고 있었다. 특히 프로이트의 이론을 토대로 아동의 정신세계를 탐사하면서 그녀가 접근한 아동의 무의식 덩어리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론의 창조적 전개를 통하여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이론적 깊이에 개인적 감동의 지점도 있었음을 미리 고백한다. 클라인..

대학원 담화 2024.12.22

강박사회

들어가며..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항문기에 고착된 한 인물의 배변의 기표에서 동시에 미래를 앞당기는 기표가 되었다. 비상계엄이 가지고 있는 기의의 차원은 한국사회의 축적된 트라우마를 표상하고, 현직 대통령에게는 타자의 욕망을 무화시키는 기표일 것이다. 그의 극도의 불안은 극단적 액팅아웃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한편, 현대는 라캉에 따르면 잉여향락의 시대이다. 이에 따라 역설적으로 대타자를 소환하려는 움직임 역시 강박증과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던 피터슨에 대한 청년들의 숭배는 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본 글에서는 개인적 차원 및 사회적 차원의 강박증의 메커니즘에 대한 관찰을 포함할 것이다.먼저 강박증의 일반적인 개념을 프로이트와 라캉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

대학원 담화 2024.12.09

꿈의 언어

꿈은 우리의 무의식을 상연한다. 많은 꿈을 꾸며 살아왔지만, 최근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낮의 세계에 갑자기 보였다 사라지는 몇 장의 셀로판지는 통편집된 내 꿈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정신분석공부를 하기전에도 낮만큼 밤의 세계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꿈이 삶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가야만 하는 길’을 가르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꿈이 ‘압축과 전치’, 중복결정의 위장을 하는데 ‘나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겠나 싶다. 예전 보다는 내게 ‘꿈의 위상’은 낮아졌다. 꿈이론에 대한 공부를 통해 알게된 것은 의식의 내가 꿈을 통해서 어떤 ‘진리’의 수준으로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은 개인의 신화일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라캉의 “무의식은 대타자의 담화”라는 언명에 따르면, ..

대학원 담화 2024.11.11

각각의 오이디푸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해소되면서 초자아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멜라니 클라인의 초자아는 이른 시기에 나타난다. 아기는 죽음본능을 가지고 태어나면서 자신 안에 있는 공격성을 방어하기 위해 분열의 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이 공격성은 아기에게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을 분열시키고, 특히 나쁜 대상은 죽음욕동을 상기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리는 편집-우울적 자리로 아기가 엄마를 전체 대상으로 통합하기 이전 시기이다. 이 시기에 아기는 구강 가학성이 외부에 투사되기도 하고 내사되기도 한다. 내사된 공격성은 아직 죄책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젖떼기 경험을 통하여 아기는 나쁜 젖가슴에 대한 박해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아기는 자기가 엄마를 해치지 않을까 두려워하게 되면..

대학원 담화 2024.11.05

무의식의 길(review)

저항보다 무의식       브루스 핑크는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 자체가 일종의 ‘저항’이 걸렸다고 보았다. 정신분석의 저항인 ‘방어기제’를 해석하는 것에 몰두한 점 자체가 ‘정신분석’에 대한 ‘저항’이다. “부정과 전치, 정동의 분리, 타협형성, 생략, 전환, 자기에게로 향한 반감, 반동형성, 정동의 억제, 투사, 취소 등” 이러한 방어전략을 해석하다 무의식에 다다르는 프로이트의 목표를 잊어버린 것이다. 알 수 없는 증상에 대해 이러한 ‘해석’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일종의 향락을 발생시킨다. 우리가 꿈해몽을 찾아보듯이, 분석상황에서 방어전략에 네이밍을 붙인 다는 것 자체가 쾌락의 측면이 있다. 증상에 이름을 붙이듯 말이다. 라깡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향락은 주지 않는다. 주지 않을 뿐더러 이러한 방어기제..

대학원 담화 2024.11.05

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왠지 이 책을 읽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프로이트라는 환상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 했는지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세상이 거대한 환상이고, 그러한 환상이 없이는 우리는 살아가기 힘들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러한 차원의 환상이 내게는 프로이트와 라깡이다. 이 책에 대한 거부는 일차원적인 것으로 ‘정신분석에 대한 나의 믿음’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 걱정이었을 것이다. 작가가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프로이트의 해석에 대한 ‘해석’이 아니다. 프로이트가 은유했던 이름 대신에 실제의 ‘이름’을 호명하여, 텍스트 바깥의 그들의 삶에 주목했다. 저자는 대신에 프로이트도 텍스트 바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는 결국 프로..

대학원 담화 2024.10.30

쥐인간 사례의 정치적 읽기

정치적 역학이 불러오는 변증법적 전개  이 에세이는 분석가의 권위와 이에 순응하는 환자의 정치적 역학과 변증법에 대한 것이며, 저자는 임상에서 해석은 경제적 및 정치적 무의식을 드러낸다고 가정한다. 브루너는 프로이트의 담론이 강박 신경증을 자신의 언어에 대한 권력과 타인에 대한 언어의 권력에 대한 불안정한 관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권력장애로 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강박신경증을 단어, 사고, 정서적 상태가 강제로 침투하는 것으로 보았다. 히스테리가 신체의 통제의 상실이라면, 강박증의 단어, 사고의 통제의 실패이다. 정신분석에서 정치적 관점을 도입한다는 것은 언어와 권력을 연결wnl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단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고 말한다.(1890..

대학원 담화 202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