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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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철학

반철학은 그 기원 이래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결합된 작업으로 식별된다.  1. 철학의 진술들에 대한 언어적, 논리적, 계보학적 비판, 진리라는 범주의 폐기, 그리고 스스로를 이론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철학적 야망의 해체, 그리고 스스로를 이론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철학적 야망의 해체.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자원을 끌어온다. 니체에게 이 작업은 "모든 가치들의 전복", 플라톤병에 대한 투쟁, 기호와 유형으로 이루어진 전투적 문법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2. 철학이 최종적으로 담론적 외양으로, 명제들로, 거짓된 이론적 외양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 철학은 하나의 행위이며, 철학이 "진리"에 관해 꾸며 낸 허구적 우화들은 장식이자 선전이며 거짓말이다. 니체에게 관건은 이 제의복 이면에 감춰진 강력한 ..

review 2024.10.10

영화 데이빗 호크니

미술관 대신 영화를 봤다 아들에게 전시회 티켓을 선물했으나, 가지 않은 듯 싶다. 현존하는 작가중에 가장 비싸고 유명한 작가 중 한명. 실제 작품을 보았으면 좋았을 듯 싶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그의 작품들은지 크기가 압도적이다 피카소가 그렇듯,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중기작품 그리고 말기 작품의 형태는 마치 다른 작가가 그린 듯 달라보인다. 진화의 여정속에서 그가 확보한 것은 소실점을 버린 확장된 시야 같다. 그는 게이였다. 작품에도 고스란히 편견에 대응하는 작품도 더러 있는것 같다. 그의 패션, 컬러는 독보적이여서, 대중문화에 찰떡같이 어울린다. 그는 사진을 찍어서 그림을 그린다. 사진이나, 맨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것을 회화는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시간과 공간의 얇은 ..

review 2023.08.13

욕망의 정확함(아니 에르노)

욕망의 정확함 아니 에르노의 글은 현학적이지 않으며 단순 명료한 문체로 빠르게 읽힌다. 그러나 왠지 평범한 문장들이 서늘하다. 뜨거운 욕망을 서늘하게 적어 내려가는 것은 어떤 삶의 태도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글은‘욕망의 정확함’과‘무서운 솔직함’을 드러낸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문체는 은유나 비유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고통에 대한 수사, 연민 같은 감정이 넘치지 않는다. 그녀의 페르소나였던 글은 그녀 자신과 섞여버렸다. 그녀의 소설 속 내용이 충격적이라기 보다 그 내용을 말하는 말투가 특별하게 여겨진다. 고통스럽다고 말하지만, 너무나 덤덤하게 얘기한 나머지 먼 과거에 있던 일처럼 느껴지는데, 소설 속의 그녀에게는 그 일은 바로 오늘 일어난, 방금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단순한 열..

review 2023.06.19

글쓰기 사다리 세칸(엘렌 식수)

쪼개서 읽고 있다. 몰아쳐서 읽을 수 없다. 아직 읽는 중인데,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것들이 떠오른다. 무의식을 건드리는 책인듯 싶다. 우리에게 책은 우리를 꿈꾸고 기다리는 문, 우리에게서 달아나지 않는 타자의 꿈입니다. 도 저를 그렇게 기다리고,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 책은 제게 시간을 줍니다. 이것이 글쓰기의 수수께끼 중 하나입니다. 모든 책이 우리에게 시간을 주지는 않거든요. 은 그 자체가 시간으로 새겨진 데다, 너무도 풍부하고, 두텁고, 손때 문ㄷ은 순수한 글 물질이기 때문에 시간을 줍니다. - P104 누가(무엇이)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가/우리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클라리스 리스펙토르가 이라는 글에서 얘기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 ....눈먼 남자는 우리가 자신을 관찰하는 걸..

review 2023.06.19

헤어질 결심 각본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일단 그의 우아한 취향은 정말이지 따라갈 자가 없는 것 같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마침내' '붕괴'와 같은 기표들은 사람을 흔든다. 나는 이 영화가 히스테리증자와 강박증자가 어떻게 서로의 균열이 되는가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같다. 송서래로 분한 탕웨이는 '품위있는' 박해일을 욕망한다. 박해일 역시 이유도 모르는 체 '꼿꼿한' 그녀에게 이끌린다. 꼿꼿하다는 것은 히스테리증자가 법(아버지, 가부장, 대타자)에 대한 거부의 자세이다. 박해일이 강박증자인 이유는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말했습니까"라는 대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머니가 많은 조끼, 벽면을 채운 사진들도 이를 방증한다. 그들은 모호함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탕웨이가 굳이..

review 2023.06.19

암흑지점 밑줄긋기 (사랑의 은유)

라캉에게 있어서 사랑의 가장 순간은 사랑받는 자가 사랑의 은유를 실연할 때, 즉 그가 사랑받는 대상의 자리를 사랑하는 자의 자리로 대체하고 지금까지 사랑하는 자가 행했던 거과 동일한 방식으로 행위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요켠대 그 순간은 사랑받는 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제공함으로써 사랑을 되돌려줄 때 발생한다. 사랑하는 것은, 즉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자는 누구이며 사랑받는 자는 누구인가? - P55 사랑하는 자는 무언가를 결여하고 있다. 그는 결여의 주체이며, 욕망하는 주체이다. 더 나아가 그는 자신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반면에 사랑받는 자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가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타자의 눈에 ..

review 20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