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2024/10 10

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왠지 이 책을 읽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프로이트라는 환상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 했는지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세상이 거대한 환상이고, 그러한 환상이 없이는 우리는 살아가기 힘들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러한 차원의 환상이 내게는 프로이트와 라깡이다. 이 책에 대한 거부는 일차원적인 것으로 ‘정신분석에 대한 나의 믿음’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 걱정이었을 것이다. 작가가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프로이트의 해석에 대한 ‘해석’이 아니다. 프로이트가 은유했던 이름 대신에 실제의 ‘이름’을 호명하여, 텍스트 바깥의 그들의 삶에 주목했다. 저자는 대신에 프로이트도 텍스트 바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는 결국 프로..

대학원 담화 2024.10.30

기호의 발골

「무의식에서의 문자의 심급 또는 프로이트 이후의 이성」은 1957년 발표되고 작성되었다. 이 당시 정신분석 학회들이 단행한 두 차례에 걸친 라깡 제명이 발생했던 시기에 위치한다. 이 시기 라깡은 정신분석 실천과 제도적인 장에서 가장 명백한 단절의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단절’이라는 기표는 이 글에서 중요하다. 라깡은 정신분석이론을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뽑아낸 기호론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라깡적 언어학을 주창’했다는 점이 반복에서 제시된다.   문자의 심급에서 정신분석의 이론화를 꾀한다. 저자들이 인용한 서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문자의 심급은 대학인들에게 제시되었다. 문학은 ‘문자에 대한 라깡의 이론화’에 적합한 것으로 증명될 것이다.2. 문자의 심급은 과학적 담론, 어떤 진리에 관한 담..

cartel 2024.10.24

쥐인간 사례의 정치적 읽기

정치적 역학이 불러오는 변증법적 전개  이 에세이는 분석가의 권위와 이에 순응하는 환자의 정치적 역학과 변증법에 대한 것이며, 저자는 임상에서 해석은 경제적 및 정치적 무의식을 드러낸다고 가정한다. 브루너는 프로이트의 담론이 강박 신경증을 자신의 언어에 대한 권력과 타인에 대한 언어의 권력에 대한 불안정한 관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권력장애로 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강박신경증을 단어, 사고, 정서적 상태가 강제로 침투하는 것으로 보았다. 히스테리가 신체의 통제의 상실이라면, 강박증의 단어, 사고의 통제의 실패이다. 정신분석에서 정치적 관점을 도입한다는 것은 언어와 권력을 연결wnl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단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고 말한다.(1890..

대학원 담화 2024.10.21

무의미의 체포

의미의 덫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의미의 의미라는 연쇄가 아니라, 무의미를 체포해야한다. 어떻게 의미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자. 그 무중력의 상태를 지루한 반복, 멈춤이 방법이다.  의미의 외부로 돌출 의심과의 쟁투 이미지와의 전쟁지루한 반복의 고된 노동무중력의 하루일단은 그것이 필요하다. 리비도의 회수 내 존재를 어디에 내어줄 것인가? 생명을 어디에 바치고 있는 것인가?  하루하루가 나 자신과의 사투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텍스트와 사투를 벌어야 한다. 그것이 고된 길이라도 말이다.

멜라니 클라인 우울적 자리와 편집-분열적 자리

편집-분열적 자리 paranoid-schizoid position 생후 초기에 아이의 세계는 두 세계로 분리되어 있다. 좋은 젖가슴의 세계와 나쁜 젖가슴의 세계이다. 나쁜 젖가슴은 좋은 젖가슴의 부재이며 이는 박해와 고통의 세계이다. 아기는 이 나쁜 젖가슴을 미워하고, 보복환상에 사로잡힌다. 초기에는 이 두 세계를 따로 떼어놓는 것이 문제가 된다. 즉,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이 분리되어야 한다. 나쁜 젖가슴에 대한 파괴적인 분노는 나쁜 젖가슴에만 해당되어야 하지, 조금이라도 혼동하면 좋은 대상도 파괴하게 된다.  클라인은 유아-초기의 이러한 경험체계를 "편집-분열적 자리"라고 명명하였다. 편집증은 피해의식에 따른 두려움이고, 분열증은 이에 대한 방어로서 자신을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의 분리시키는 ..

대학원 담화 2024.10.13

반철학

반철학은 그 기원 이래로 다음과 같은 세가지 결합된 작업으로 식별된다.  1. 철학의 진술들에 대한 언어적, 논리적, 계보학적 비판, 진리라는 범주의 폐기, 그리고 스스로를 이론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철학적 야망의 해체, 그리고 스스로를 이론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철학적 야망의 해체.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자원을 끌어온다. 니체에게 이 작업은 "모든 가치들의 전복", 플라톤병에 대한 투쟁, 기호와 유형으로 이루어진 전투적 문법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2. 철학이 최종적으로 담론적 외양으로, 명제들로, 거짓된 이론적 외양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 철학은 하나의 행위이며, 철학이 "진리"에 관해 꾸며 낸 허구적 우화들은 장식이자 선전이며 거짓말이다. 니체에게 관건은 이 제의복 이면에 감춰진 강력한 ..

review 2024.10.10

말과 의미의 균열

분석 때 하나의 무의식인 것 같았다는 나의 말은 지금 생각해보니, 말과 의미가 분리되었다는 느낌이다. 말과 의미가 밀착되어 있으면 정동을 일으킨다. 그런데, 말과 의미가 분리되었다는 것, 말이 말로만 작동하는 것은 기표의 유희.실재의 무의식 같은 것을 아닐까. 지금 생각이 든다. 다시 말과 의미가 격차가 생기는 것 같다. 말을 하면서 감정이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 의미에 포획되지 않으면서 말을 하는 것이다. 이건 다른 얘기인데, 실재의 순간과 uncanny는 다른 것일까? 말이 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나는 그에게 그렇게 물어야 했다.

허영, 초라한 영혼

허영심이란 무엇일까. 가진 것이 많은 자의 허영심은 욕심이고, 없는 자의 허영심은 시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가진 그 허영심을 부추기는 것은 자본주의이다. 알지만, 인간의 허영심은 자본주의를 취향의 이름으로 변모시키고 본능적인 심미안에 대한 욕구로 변모시킨다. 가진 자들이야 마음껏 그 허영이던 심미안이던 채우겠지만, 못가진 자는 일말의 허영을 위해 다른 것을 꼭 희생해야하는 비극에 놓인다. 그래서 허영심은 초라하고 측은한 마음의 상태이기도 하다. 대개의 허영심은 물질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적 허영심 역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물질보다 정신적 허영이 더 기만적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적 허영이 희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적 허영이 속이는 것 역시 초라한 자신의 ..

세 번째 죽음

나에게 두 번째 죽음은 마포구 상수동에서 였다.라깡의 두 번째 죽음은 상징적 죽음이다.  대타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죽음이다. 그 때, 삶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제당하는 것도 아닌 무중력의 생활이라고 할까. 도망치는 것이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나는 끝없는 잉여향유의 미로에 갇혀있다. 한편으로는 헛헛하고, 한편으로는 막 거칠게 곤봉을 휘두르고 싶다. 이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주이상스에 대한 향수도,  결여를 채우려는 욕망도 아닌 것 같다. 나를 소모하는 세상의 물질과 멈춰있는 시간들이다. 주체, 실재의 부산물들이 다시 응집되려는 것일까. 이 파렴치한 리비도는 기어이 죽음의 머리채를 흔들고 있다.  나는 여기서 세번째 무덤을 판다. 윤리적인 고꾸라짐. ..

하나의 환상과 증상의 구성

초기 유아기 장면의 중요성은 그것이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 있다. 프로이트는 분석 임상에서 사람들은 초기 유아기 장면에 대해 그것이 ‘실제 일어난 사건의 재생’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에 대해,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재구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거나, 동물의 성교에서 비롯된 무의식적 지식을 덮어씌웠거나, 왜 우리의 환상이 하나의 장면, ‘최초의 성교 장면’으로 모이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는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모든 것이 이 환상으로 모이는 것 같았으며, 또 후에 합성을 하는 과정 중에 얼마나 서로 다르고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그것에서 퍼져 나왔는지... ” 많은 것들이 유아기 환상에서 나왔..

대학원 담화 202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