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이 책을 읽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프로이트라는 환상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 했는지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세상이 거대한 환상이고, 그러한 환상이 없이는 우리는 살아가기 힘들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러한 차원의 환상이 내게는 프로이트와 라깡이다. 이 책에 대한 거부는 일차원적인 것으로 ‘정신분석에 대한 나의 믿음’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 걱정이었을 것이다. 작가가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프로이트의 해석에 대한 ‘해석’이 아니다. 프로이트가 은유했던 이름 대신에 실제의 ‘이름’을 호명하여, 텍스트 바깥의 그들의 삶에 주목했다. 저자는 대신에 프로이트도 텍스트 바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몇 가지 사례를 제외하고는 결국 프로이트의 환자들은 “대체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그런데, 이 효과라는 측면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저자는 증상이 완쾌되어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것을 의미하였을 것이다. 증상이 없어진 것이 효과인가, 삶의 변화가 효과인가라는 고민을 해본다면, 이들의 삶을 또 달리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안나.O, 베르타 파펜하임은 오랜 치료에도 불구하고, 1887년까지 환각에 시달려야 했다. 1888년 그녀는 브로이어와 최면치료에서 떠오는 동화를 책으로 출간하였으며, 유대인 사회에서 활발한 사회사업가로 중추적 역할을 맡아 활동하였다. 프로이트는 사적인 자리에서 그녀의 사례를 실패한 사례로 삼았다. 그러나, 정신분석 이후의 삶을 보면 그녀는 ‘히스테리의 화신’이 ‘여성운동의 화신’으로 변모한 것처럼 보인다. 증상이 가진 힘, 리비도는 이제 사회에 투여된 것이다. 라깡정신분석에서 ‘증상의 보존’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면 그녀에게 조울증 약 같은 것을 투여하여, 그녀가 가진 힘을 빼앗았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차피 고통받는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개인적 증상의 덫에서 고통받기보다, 이렇게 텍스트를 쓰면서 고통 받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증상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의식적 차원에서는 고통이지만, 무의식적 차원에서 주이상스일 고통의 힘을 이용하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분명 정신분석의 효과로서 변화는 있을 것이다. 이 변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이끌어 나갈 용기와 믿음이 정신분석과정에서 양산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로이트를 재앙이라고 말했던 판케이프는 어떠한가? 그는 정신분석과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분석가를 전전하며,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는 훗날 인터뷰에서 “원초경을 믿은 적 없다”고 밝힌다. 그는 프로이트는 ‘재앙’이며, ‘거짓’이고, 한편 ‘크레펠린은 뭐든지 이해하셨다’고 말했다. 이 마지막 문장을 보면, 프로이트가 치료를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신증의 치료불가능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편집망상은 쉽게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의 “아버지 찾기 게임”은 평생을 걸쳐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도라, ‘이다 바우어’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다 바우어 역시 인생의 한때는 열정적이고 활기차게 살고, 인생의 한 때는 굴곡져 있다. 이다 자신은 정신분석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다의 무의식에 대한 프로이트의 해석은 나 역시 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운데, 이다는 그의 해석이 폭력적으로 느껴져 조기에 중단했을지도 모른다. 프로이트 역시 그녀를 ‘불쾌한 환자’로 적었다. 그녀의 일방적인 치료중단에 따른 프로이트의 복수 아닐까?
프로이트는 무의식 속에 숨겨진 ‘제3의 인물’을 음각한 것일뿐, 현실은 환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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