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역학이 불러오는 변증법적 전개
이 에세이는 분석가의 권위와 이에 순응하는 환자의 정치적 역학과 변증법에 대한 것이며, 저자는 임상에서 해석은 경제적 및 정치적 무의식을 드러낸다고 가정한다. 브루너는 프로이트의 담론이 강박 신경증을 자신의 언어에 대한 권력과 타인에 대한 언어의 권력에 대한 불안정한 관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권력장애로 보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강박신경증을 단어, 사고, 정서적 상태가 강제로 침투하는 것으로 보았다. 히스테리가 신체의 통제의 상실이라면, 강박증의 단어, 사고의 통제의 실패이다. 정신분석에서 정치적 관점을 도입한다는 것은 언어와 권력을 연결wnl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단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라고 말한다.(1890, 292. 재인용). 프로이트가 강조한 바와 같이 ‘단어’는 행동을 대신하기도 하고, 조종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의 단어는 생각의 씨앗이 되어 어떤 효과를 낳는다. 하나의 기표가 무의식을 지배하듯이 말이다.
쥐인간이 프로이트와 대화 중에 나눈 ‘쥐고문이야기’는 어떤가? 고통과 쾌락이 범벅된 이야기를 회피하지 않고 프로이트는 “항문에”라는 말을 삽입한다. 프로이트는 괴로워 하며 이야기를 듣는다. 정신분석의 해석자들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관계처럼 보지만, 저자는 정치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 대화의 현장은 권력 게임의 현장이다. 쥐인간이 자신의 말을 검열하고 싶어했으나, 프로이트는 이를 저항이라고 거절했다. 검열하려는 초자아 보다 프로이트가 우위에 있다.
쥐인간은 자신의 말과 생각을 통제에 실패하자 무력감을 느끼고, 종교의식 등으로 통제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실패하였다. 강박증은 언제나 통제에 실패하는 듯 하다. 저자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전체주의 사회와 쥐인간의 사례를 비교한다. 쥐인간과 소설의 주인공은 둘다 잔인한 환상에 대해 통제, 억압하려고 한다. 대타자의 검열을 떠올리게 하는데, 더 나아가 이 논문에서는 ‘빅 브라더 타도’라는 문구의 반복은 통제된 환경 속에서도 반항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강박증이 자기 통제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규율에 대한 저항도 내포한다는 것이다.
이 에세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인데, 바로 강박증자의 저항의 형식이다. 규칙의 과도한 순종으로 규칙을 패러디하며, 무의식적으로 조롱하는 것이다. 저자는 쥐인간이 보인 행태, 과학자와 같이 원인과 결과를 상정하는 패러디를 강박증을 구성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와 같은 태도는 그를 ‘언어학자’로 만들어, 그는 ‘모든 음절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하였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적 의심에 사로잡힌 채 말이다.
저자는 강박증자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의심”이 모든 것에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의심은 실제로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의심이며, 그것은 그의 삶에서 가장 확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에 확산되어, 특히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쉽게 전이됩니다.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은 모든 하찮은 것을 의심할 수 있고, 어쩌면 의심해야만 합니다. (241)” 강박증이 사랑의 장애라고 종종 들어왔지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가늠이 잘 안된다. 강박증자는 모든 것을 믿지 못하는 의심에 세계에 산다. 그러한 의심은 과학을 패러디하며, 과학에는 사랑이 없다. 사랑은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강박증자의 덫은 바로 과학을 패러디하지만,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인과관계에 빠져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정신분석의 엄격한 규칙의 이중성은 띤다고 말한다. 엄격한 규칙은 내담자의 통제할 수 없는 말과 감정에 대한 방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석가의 불안을 줄이면서 환자의 이익을 위해 제정된 보호 조치로 가장’되며, ‘정신분석의 의식들은 전능 환상의 표현’이기도 하며, 이는 ‘환자들의 미로 같은 정신 장애와의 대면에서 생기는 불안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 것은 분석가에 대해서는 방어이고, 의심과 결정장애의 환자에게는 일종의 보상이이라는 것이다. 환자마다 다르겠지만, 강박증자에게는 엄격한 규칙의 제시가 여러 이득이 있는 듯하다. 따라서 분석가와 내담자 사이의 정치적 역학이 불러오는 효과는 일반적인 ‘지배와 복종’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변증법적 전개가 이루어지는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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