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cartel 42

L도식에 대한 이해(조엘도르 에크리 22장)

주체는 담화 속에서만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한 기표는 다른 기표를 위해 주체를 대리한다는 정식에 따르면 하나의 기표가 주체를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표가 다른 기표를 대리하면서 주체는 효과로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논의에서 우리는 주체는 자아를 통해서만 자신을 파악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주체는 자아를 통해서 드러난다고도 바꾸어 말한다면, 그것은 자아의 담화 속에서 일 것이다. 자아의 담화는 실제적 타자와 대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데, L도식은 그 담화의 구조를 설명해주는 도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L도식 L도식의 화살표를 따라가 보면 주체에서 소타자로 소타자에서 자아의 방향이 있고, 대타자에서 주체로 대타자에서 자아로의 방향이 있다. 소타자에서 자아로의 방향은 상상적..

cartel 2024.02.27

자아, L도식, 회복

자아의 발생 언표행위의 주체와 언표의 주체의 분열은 담화 속에서 일어난다. 담화는 말하기와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하기는 언표행위에 해당하고, 말은 언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언표행위는 누가 하는가? 언표행위의 주체라는 것은 무의식의 주체이자 욕망의 주체이고, 언표의 주체는 의식의 주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발화를 할 때, 발화의 내용은 언표에 해당하고 발화 그 자체는 언표행위라고 생각된다. 무언가를 말을 할 때, 언표행위의 주체가 겨냥하는 것은 대타자를 향한 담화이지만, 현실속에서는 우리는 우리와 닮은 소타자에게 말을 건넨다. 소타자는 나와 닮은 타자, 거울 속의 타자이미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깡은 담화의 차원에서 우리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소타자를 경유한..

cartel 2024.01.28

새로운 인생

정말 나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발목이라도 잘라야 하나? 회전의자에 묶여 빙빙돌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자신에 대한 권태와 지겨움 그리고 역겨움...무거운 머리, 정지된 화면들, 밀려들어오는 '뻔한 말들'... 왜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을까? 이게 증상이라면 나는 마지막 향유를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향유의 시간을 질질 끌면서, 뱅뱅 도는 것이다. 새로운 인생은 증상도 없고, 건강함만 있는 한 낮의 시간이 될 것이고, 안정과 고요속에서 묵묵히 공부하며, 시간을 견디다 보면 진리를 통과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는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어떤 미련이 있다. 이 미련은 어쩌면 새로운 인생에 대한 나의 상상계적 오..

cartel 2023.12.04

거울의 공격(2022. 1. 8.)

지난해 캭텔 발제문이다. 역시나 나는 반복하고 있다. 타격없는 반복이 반복된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것 같다. 한 해가 지났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12월 초부터 시작된 슬럼프가 저번주 일요일을 기점으로 조금씩 나아졌다. 새해 1월 1일은 자연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오로지 인간만이 이러한 시간개념을 가지고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한 달간 거의 어두컴컴한 집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칩거했는데, 1월 1일이라는 분기점은 젊은 시절처럼 분기탱천하는 무의미한 작심 같은 것은 없었다. 어찌되었든 새해라는 기표에서 나는 약간의 기운을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번 주는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는‘거짓말과 소문’이 내 세포들에게 전파된 듯 일어나서 청소와 빨래 등 비로소 몸을 움직일 맛이 났다. 무..

cartel 2023.11.15

증상적 사랑

사랑은 모두에게 기본값이다 짧은 생각이지만 좀 털어놓는다면, 모든 것이 사랑의 문제로 나에게는 귀결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의 문제의 원인이 '욕망'이라면, 그 욕망의 기저는 '사랑'이다. 권력 역시 사랑할 것을 강제하는 힘의 형태 중 하나이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랑'을 요구한다. 물론 그 사랑은 '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자본' 역시 자본을 통한 대타자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돈에 대한 사랑은 대타자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수많은 범죄의 원인은 사랑의 결핍에 결부되어 있는 것 같다. 뇌에 이상이 있지 않은 이상, 사랑없이 방치되면 아이는 괴물이 된다. 사랑이 필요한 사람은 많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cartel 2023.11.04

환유는 반복이고, 반복은 무의미다

언어학과 무의식의 형성물 조엘 도르가 에크리독해 1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언어학과 무의식의 형성물'이다. 라깡은 소쉬르의 언어학의 구조를 참조하여 무의식을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구조주의는 인간의 의식 이전에 언어가 선행함을 전제한다. 언어구조 속에서 의미는 효과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와 함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꿈이 언어의 구조(압축과 전치와 은유와 환유와의 관계)와 같다고 본 라깡은 우리의 무의식이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었다는 언명을 한다. 우리는 꿈을 꾸면 해몽을 한다. 해몽은 일대일 대응의 상징으로 파악하는 일종의 신화적 해석이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 꿈을 분석은 무의식에 대한 탐사다. 무의식은 은유와 환유의 수사를 사용하여 꿈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그 꿈의 정확한 해..

cartel 2023.10.27

불안의 목적

불안은 나에게 습관이 되어 더 이상 불안하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불안이 무엇일까. 신체적 증상인가? 기분이나 감정인가? 아니면 생각의 막다른 골목인가? 불안에 대해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눈뜬 장님과 같다. 우리가 불안에 대해 알고 있다면 우리는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불안의 이유를 타진해 볼 수 있고, 불안의 근거을 찾아서 그것을 제거할 수 있다면 사실 그것을 불안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불안은 기표의 환유만으로는 억압되지 않는다. 그러한 불안은 상상계적인 불안이다. 상상계적인 불안은 잉여향유의 매개체이다. 히스테리자의 장난감이다. 그러한 표피의 불안은 기표의 환유를 통해서 잠시 가라앉기도 하지만, 우리의 근원적 불안, 즉 알 수 없는 불안은 모든 것을 ..

cartel 2023.09.22

왜 정신분석인가

저는 때때로 발이 지면에 닿지 않는 듯 세상이 당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이라는 무대를 배회하는 하나의 거푸집 같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과의 대결 혹은 공범의식의 속에서 불안.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의식을 벗어나기 위해 저는 구원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저를 ‘신’에게 데려가진 않았습니다. 인간과 닮아있는 신은 의심스러워 ‘전이’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것을 끝장낼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이 필요했습니다. 종교나 잠언, 철학과 문학 말로된 모든 것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는 있었으나, 허무의 동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저의 의심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흑백의 남자 ‘라깡’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의 근..

cartel 2023.09.13

글쓰기라는 임상

백지같이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 것 같은 막막함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한때는 나의 배설물이였던 글들, 그리고 cartel에 참여하면서 쓰게된 발제문들, 많은 메일, 짧은 리뷰들, 그리고 수많은 업무페이퍼.. 사실 머리속에는 끊임없이 생각이 환유한다. 그 생각들을 지면에 옮기는 작업을 하게되면 아무것도 쓸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머리 속의 쓰레기를 받아 적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무도 그 쓰레기 더미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발화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 이상. 그 오물을 정화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글쓰기 행위를 통해서이다. 내 손은 오물을 거른다. 생각이 말이 되기 전에 글을 쓰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지면에 놓이게 된다. 그 글들은 무의식적으로 발화 속에 섞인다. 나는 내..

cartel 2023.08.02

마조히즘의 경제 (프로이트)

2023.7.28. 마조히즘의 경제적 문제 (1924년) 프로이트는 인간은 긴장, 흥분량을 감소시켜 안정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을 따르고 있지만, 고통 그 자체가 목표인 것 경우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조히즘이라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우리의 정신생활 감시하는 파수꾼이 마약을 먹고 행동 불능이 된 상태, 즉 쾌락원칙이 마비된 상태를 본 논문에서 탐구한다. 쾌락원칙에 반하는 비경제적 심리가 있다는 얘기다. 프로이트는 마조히즘에 대해 죽음본능과 생명본능인 쾌락원칙과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보았다. 페이너는 '열반원칙'을 들어 흥분의 상태를 무로 돌리는 것, 다시 말하면 유기체의 생물성이 무기체로 돌아가는 것이 안정성을 유도하는 것을 보았다. 이는 곧 죽음본능이라고 볼 수 있을 ..

cartel 202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