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관계이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위니 캇의 ‘좋은엄마’이론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 있었다. 모든 것이 엄마탓처럼 보이는 이 ‘좋은 엄마’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일지도 모르겠다. 「11장 도그마를 넘어서」 편을 보면서, 왜 라캉정신분석이 다른 학파에서 교조적이라는 비판을 듣게 되는지 바로 나 같은 인간 때문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거부감은 라캉이 ‘왜 다른 학파에 대해 비판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내재화한 것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아직 라캉이론도, 다른 이론도 잘 알지 못하기에 교조주의자에도 못 미친다고 볼 수 있겠다)
케이스먼트는 한 가지 관점이 옳다는 교조주의적 주장에 저항한다. 정신분석은 인류학에 대한 수용, 종교에 대해서는 환상이라고 의심하면서도, 일부 정신분석가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도그마에 대해서는 아주 종교적인 열정을 가지고 방어한다. 그는 “믿음이 주는 어떤 위안을 벗어버릴 것”을 제안하고, “믿으려는 욕구가 지닌 속임수”을 알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정신분석에 대한 믿음, 무의식에 대한 믿음, 이러한 믿음은 교조주의적이여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조주의적인 확실성을 위해 다른 이론을 폄하하는 태도는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케이스먼트는 교조주의적 관점에 대한 비판으로 불분명한 태도의 난점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모든 것에 대해 회의하고, 고지식”하게 만드는 것은 날카로운 각이 없어 강하지도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은 독단적인 것보다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태도이며, 최선을 다해 단서를 찾는 느린 걸음이다. 그는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과 알지 못하는 갈등 사이에 마음을 놓는 것이 환자의 변화와 창조성을 위한 잠재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열린 태도다. 다소 모호한 분석가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교조주의적 해석보다 강한 것일 수도 있다.
라캉 정신분석에서 분석상황에서의 상징적 해석에는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케이스먼트는 무의식적 해석을 제공하고, 그 해석에 대한 실패를 통해 환자에게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석이 입밖에 꺼내기 전에 진부한 말 뿐이라면 일단 해석을 유보하라고 말한다. 비온의 “기억없이, 욕망없이” 피분석자를 대하는 태도는 분석가가 가진 지식과 이론, 자기 경험에 대해 내려놔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진부한 해석이 아닌 신선한 통찰이 되려면, 분석가의 자아를 버리고, 내담자, 내담자의 무의식, 자신의 무의식, 분석가의 위치에서 다각적 위치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생겨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케이스먼트의 주장이다.
케이트먼트의 사례를 보면 내담자의 분노와 공격성을 탁월하게 받아내고, 안아준다. 분석가가 받는 압력을 솔직한 대화로 내담자와 나누면서 무의식에 접촉하는 것이다. 케이트먼트는 “무의식이 무의식에게 말하기 때문에 치료자는 환자에 대한 자신의 무의식적 반응을 통해 가장 깊은 수준의 상호작용적인 소통에 최대한 접근해야 된다”고 말한다. 무의식끼리의 소통에 대해 케이스먼트의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전이가 내담자를 공감하고, 좋은 엄마가 되어주는 것과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한 끗의 차이는 무엇인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 다른 성인과의 경험을 통해 전이를 다르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는 전이 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갈등이 있음을 외부 세계에 알리려는 무의식적 희망”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케이스먼트는 “정신분석적인 경험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고”고 단언한다. 치료자의 인내, 기다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주의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다. 정신분석기법에 대해서는 종합한다면, 그것은 고도의 ‘센스’의 영역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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