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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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의 끝은 있는가?

나의 분석은 실패인가? 성공인가?  프로이트는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분석의 자연스러운 끝은 있는가? 묻는다. 나의 분석의 종결은 더없이 댕강 잘린 두부 같았다. 뭐랄까.. 어정쩡하고 담백한 끝이였다. 라캉은 분석의 끝에서 ‘환멸’을 예고하기도 했다. 나는 마지막 꿈에서 분석가의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오는 꿈을 꾸었다. 경악했지만, 그러려니 한다. 프로이트는 분석의 끝이라는 것은 ‘환자가 더 이상 증상으로 괴로워 하지 않으며, 억압된 것이 충분히 의식화 되어 병리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 다른 의미로는 분석의 끝은 ‘다른 증상으로 대체되지 않는 증상의 소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아의 변형보다 외상에 의한 경우가 더 많이 성공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기질적..

대학원 담화 2025.04.08

정신분석의 계몽

앙상한 오해   “대중들의 기억 용량은 그리 크지 않으며 그들은 어떤 주장에 대해 앙상한 뼈대만 기억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그것을 극단적인 형태로 만듭니다. ” 프로이트는 그가 모든 것을 성적인 것으로 환원한다는 시대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고자 한다. 이 말은 모든 것을 우리가 이해차원에서 받아들일 때 저지르는 실수 이기도 하다. 우리는 뭔가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압축시키고, 구조화 시키면서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려고 한다. 물론 이 작업도 공부나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는 쉽지 않지만, 이것은 대중이 어떤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대중은 타자의 말을 극단적으로 주어와 술어만 기억하며 입장을 취한다. 하나하나 따져서 물을 생각도, 시간도 없다. 모든 대중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대중은 프로이..

대학원 담화 2025.04.01

사람들이 비처럼 떨어져 죽는다

낡은 건물에서 작은 창문을 열고 누군가가 떨어져 죽는다. 자살인지 뭔지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뒤를 이어 또 다른 젊은이가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그 옆건물에서도 떨어져 죽는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무엇에 홀린 듯 아래로 떨어진다. '퍽'하고 으깨어지는 소리도 없다. 아마 꿈 속에서도 조차 그 소리까지는 너무 끔찍하므로 검열을 통해 누락한 듯한다. 그런데 나는 소리가 안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사람들이 비처럼 떨어져 죽네"라고 말하고 잠이 깬다.  어떤 감정이였는지는 나는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다. 안타까움도 끔찍함도 무서운 것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는 것도 아닌데,, 일어나서 어떤 감정이였는지 나는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이 꿈이 어떤 스트레스의 발현인가보..

파편 2025.03.30

전이 사랑, 분석의 시작

프로이트는 환자를 해석하는 것보다 진짜 어려움은 전이를 다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라는 프로이트의 논문은  '전이 사랑'을 다루고 있다. 전이사랑은 의사를 이성으로 대하며 상상계적 관계를 맺고자하는 환자의 욕망(의지)다. 다시 말해 환자가 의사를 사랑하는 것이다. 안나. O의 사례처럼 그녀는 브로이어를 사랑하게 되고, 브로이어는 역전이를 일으켜 도망가고 만다. 프로이트는 이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전면에 등장시켜 분해하고, 최적의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이 상상계적 관계를 의사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프로이트답게 디테일하고 심도 있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의사의 확고한 윤리관, 분석을 완결하고자하는 욕망이 관건인 듯 한다.  “애정사건, 그것은 다른 어떤 것도 쓰여질 수 없는 특별한 페..

대학원 담화 2025.03.26

라깡의 언어학

무의식은 언어와 같이 구조화 되어 있다는 라깡의 언명은 우리의 무의식이 이미지나 충동이 아닌 언어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 언어구조는 소쉬르의 기호이론을 넘어 라깡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단절을 강조하면서 시니피앙의 우위속에서 주체가 결정되는 차원을 가정하였다. 하나의 시니피앙은 무의미이지만 다른 하나의 시니피앙과 연쇄되면서 의미를 도출한다. 우리의 무의식은 대타자의 장에서 선택한 시니피앙의 연쇄를 통해 뻔한 의미를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시니피앙과 시니피앙의 연쇄되는 과정에서 언어체계를 벗어난 말실수, 농담과 같은 무의식의 형성물들이 주체의 현존을 증명한다. 주체는 언어구조 속에서 드러난다고 본 것이 라깡 초기 이론인 것이다. 언어는 은유와 환유구조로 이루어져있으며, 우리의 무의식도 은유와 환유로..

무범주 2025.01.17

대한민국의 우울적 자리

대통령의 편집-분열 자리와 대한민국의 우울적 자리  들어가는 말  처음 멜라니 클라인의 논문을 접하고 다른 논문들과 달리 그 문체가 독특하다고 느껴졌다. 클라인은 때로는 드라마로, 때로는 독백으로 작두를 탄 듯 글을 써내려간 것만 같았다. 마치 빙의한 것처럼 유아의 무의식을 통과하는 듯 느껴진다. 클라인은 무의식 속을 탐사하면서 이론을 전개하지만, 그것이 신비주의나, 낭만주의가 아닌 순환되는 개념 속에서 프로이트를 넘어 ‘독창적인 이론’을 말년까지 구체화하고 있었다. 특히 프로이트의 이론을 토대로 아동의 정신세계를 탐사하면서 그녀가 접근한 아동의 무의식 덩어리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론의 창조적 전개를 통하여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이론적 깊이에 개인적 감동의 지점도 있었음을 미리 고백한다. 클라인..

대학원 담화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