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2024/10/08 3

허영, 초라한 영혼

허영심이란 무엇일까. 가진 것이 많은 자의 허영심은 욕심이고, 없는 자의 허영심은 시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가진 그 허영심을 부추기는 것은 자본주의이다. 알지만, 인간의 허영심은 자본주의를 취향의 이름으로 변모시키고 본능적인 심미안에 대한 욕구로 변모시킨다. 가진 자들이야 마음껏 그 허영이던 심미안이던 채우겠지만, 못가진 자는 일말의 허영을 위해 다른 것을 꼭 희생해야하는 비극에 놓인다. 그래서 허영심은 초라하고 측은한 마음의 상태이기도 하다. 대개의 허영심은 물질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적 허영심 역시 질타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물질보다 정신적 허영이 더 기만적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적 허영이 희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적 허영이 속이는 것 역시 초라한 자신의 ..

세 번째 죽음

나에게 두 번째 죽음은 마포구 상수동에서 였다.라깡의 두 번째 죽음은 상징적 죽음이다.  대타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죽음이다. 그 때, 삶을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제당하는 것도 아닌 무중력의 생활이라고 할까. 도망치는 것이 없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나는 끝없는 잉여향유의 미로에 갇혀있다. 한편으로는 헛헛하고, 한편으로는 막 거칠게 곤봉을 휘두르고 싶다. 이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주이상스에 대한 향수도,  결여를 채우려는 욕망도 아닌 것 같다. 나를 소모하는 세상의 물질과 멈춰있는 시간들이다. 주체, 실재의 부산물들이 다시 응집되려는 것일까. 이 파렴치한 리비도는 기어이 죽음의 머리채를 흔들고 있다.  나는 여기서 세번째 무덤을 판다. 윤리적인 고꾸라짐. ..

하나의 환상과 증상의 구성

초기 유아기 장면의 중요성은 그것이 인생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에 있다. 프로이트는 분석 임상에서 사람들은 초기 유아기 장면에 대해 그것이 ‘실제 일어난 사건의 재생’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에 대해,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재구성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거나, 동물의 성교에서 비롯된 무의식적 지식을 덮어씌웠거나, 왜 우리의 환상이 하나의 장면, ‘최초의 성교 장면’으로 모이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그는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모든 것이 이 환상으로 모이는 것 같았으며, 또 후에 합성을 하는 과정 중에 얼마나 서로 다르고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그것에서 퍼져 나왔는지... ” 많은 것들이 유아기 환상에서 나왔..

대학원 담화 202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