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review

글쓰기 사다리 세칸(엘렌 식수)

untold 2023. 6. 19. 16:55

쪼개서 읽고 있다. 몰아쳐서 읽을 수 없다. 

아직 읽는 중인데,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것들이 떠오른다. 

무의식을 건드리는 책인듯 싶다. 

우리에게 책은 우리를 꿈꾸고 기다리는 문, 우리에게서 달아나지 않는 타자의 꿈입니다. <<광택>>도 저를 그렇게 기다리고, 저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 책은 제게 시간을 줍니다. 이것이 글쓰기의 수수께끼 중 하나입니다. 모든 책이 우리에게 시간을 주지는 않거든요. <<광택>>은 그 자체가 시간으로 새겨진 데다, 너무도 풍부하고, 두텁고, 손때 문ㄷ은 순수한 글 물질이기 때문에 시간을 줍니다. - P104
누가(무엇이) 우리를 신경쓰지 않는가/우리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클라리스 리스펙토르가 <사랑>이라는 글에서 얘기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
....눈먼 남자는 우리가 자신을 관찰하는 걸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관찰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살고, 욕망하는 사람들이죠. 우리는 관찰되는 관찰자입니다. 하지만 관찰되는 대로, 보이는 대로 자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눈이 먼 채 껌을 씹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 P111
우리가 꿈의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 도끼날을 다루고 받아내는 동시에 저의 얼굴과 다르지 않지만 적나라하게 보이는, 제 영혼의 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힘입니다. ‘신‘의 얼굴은 우리라는 구조물, 이 사소하고도 거대한 거짓말들, 친정 식구들을 먹일 만찬을 준비하고 자식들에게 저녁을 해주려면 끊임없이 짜내야 하는 사소한 비진실들의 정체를 밝히는, 혼비백산할 현시입니다. 놀람으로써만, 우연에서만, 그리고 산산이 깨부수는 잔인성을 동반하고서만 일어나는 폭로. 진실의 타격 밑에서 우리는 달걀 껍데기처럼 부서집니다. 삶의 경로 바로 한가운데에 나타나는 종말. 우리는 삶을 잃습니다. - P113
우리는 출발해야 합니다. 이것이 글쓰기의 정체입니다. 시작하기죠. 행동과 인내와 관련이 있습니다 꼭 목적지에 닿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글쓰기는 도착하기가 아니니까요. 대체로는 도착하지 않기입니다. 우리는 몸을, 걸어서 가야합니다. 우리는 자아를 버려야 합니다. 글을 쓰려면 우리는 얼마나 도착하지 않아야 할까요, 얼마나 멀리 방랑하며 신발을 닳게 하고 즐거워야 할까요? 우리는 밤만큼 멀리 걸어야 합니다. 각자의 밤만큼 멀리요. 자아를 뚫고 어둠을 향해 걸어야 합니다. - P116
작가들은 타자와 관계하는 순간 나타나는 불가항력적으로 위협적이고 또 위협받는 어떤 것, 우리가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것,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무슨짓을 하든 늘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어떤 것을 폭로합니다. 예컨대, 진정한 인도주의적 봉사를 택한 저들이 다루는 것이 이 불가피하고 끔찍한 과오의 상황, 타인을 구함으로써 자신을 구할 기회가 상실된 상황입니다. 제게 중요한 작가들은 우리가 견딜수 없는 것을 어느정도까지 견뎌야 하는지 압니다. 우리가 이미 어떤 가족 대하소설에 얽혀 부정의 수혜자이거나 희생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족하지요.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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