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두 얼굴

cartel

자아, L도식, 회복

untold 2024. 1. 28. 19:22

 

 

자아의 발생

 

언표행위의 주체와 언표의 주체의 분열은 담화 속에서 일어난다. 담화는 말하기와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하기는 언표행위에 해당하고, 말은 언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언표행위는 누가 하는가? 언표행위의 주체라는 것은 무의식의 주체이자 욕망의 주체이고, 언표의 주체는 의식의 주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발화를 할 때, 발화의 내용은 언표에 해당하고 발화 그 자체는 언표행위라고 생각된다. 무언가를 말을 할 때, 언표행위의 주체가 겨냥하는 것은 대타자를 향한 담화이지만, 현실속에서는 우리는 우리와 닮은 소타자에게 말을 건넨다. 소타자는 나와 닮은 타자, 거울 속의 타자이미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라깡은 담화의 차원에서 우리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소타자를 경유한 자아에 의해 자기를 인식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결코 주체 그 자체로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아는 주체의 상상적 객관화에 의한 일종의 이미지이다. 조엘도르는 담화의 담지자로서 주체는 담화 속에서 다양한 대리인을 통해 하나의 상상적 응축인 자아로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언표의 나는 무의식적 주체의 욕망을 은폐하려고 한다. 상상계적 이자관계를 끝장내기 위해 도입한 상징계는 다시 더욱 강력한 상상적 산물인 자아를 구성함으로써 다시 상상계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자아는 그렇게 라는 언표로서 의도적이고 주체적인 것 처럼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언표의 나는 무의식의 주체는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생긴 으로 인하여 반만 말해진 진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분열은 거울단계와 L도식으로 다시 한 번 설명될 수 있다.

 

거울단계와 L도식

 

거울단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타자에 의해 인증받고, 자기 자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 확신이 바로 자아이미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단계에서 아이와 엄마의 관계는 자아와 소타자의 관계이자 존재와 대타자의 관계를 의미한다. L도식으로 보자면 자아와 소타자a-a' 관계는 아기와 엄마의 관계이고, 아기의 실재는 대타자와 직접 관계 맺지 못하고 a-a'를 통해 관계를 맺게 된다. 따라서 a-a'를 경유한 관계를 통해 경험되는 것은 주체의 소외이다.

 

주체성의 역설

 

자아는 타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자신을 구성한다. 소타자와의 동일시, 혹은 상징계와의 동일시를 통해 정체성을 구성하는 바, 무의식적 주체는 유폐되어 담화 속에서 잠깐 드러났다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기표질서 속의 언표행위 주체는 S1을 통해 S2를 끊임없이 달리 말하게 한다. S1S2, S3, S4... 끊임없는 환유 속에서 반복적으로 욕망을 송출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언표의 주체는 욕망의 매개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체를 억압하고 은폐하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언표행위 주체에 지배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분석상황

 

임상에서 는 끊임없이 말한다. 그러나 분석가는 나의 말을 이해의 차원이 아닌, S1의 구두점을 찾기 위해 듣는다. 분석가는 내담자의 자아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주목한다. 내담자 역시 분석가의 무의식에 영향을 받고, 그 전이의 결과 주체와 대타자와의 관계가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분석가가 뜬금없는 기표에 방점을 찍을 때, 그것은 의미의 차원이 아닌 S1S2의 반복되는 구조를 찾기 위해 집중하고 있음을 뜻한다. 내담자는 자신의 발화 속에서 결국 분석가가 아닌 대타자에게 갈구하고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과정의 반복될 때 분석은 마침내 종결된다. 어쩌면 자아의 극복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자아를 구성하는 것. 그것이 정신분석의 새로운 환상이 아닐까 싶다.

 

기표가 말라붙어 간신히 쓴다. 자아와 주체와의 영토 전쟁 같다. 자아의 별 볼일 없는 승리다. 주체의 회복이 문제이다.

'cart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 없는 죄책감  (0) 2024.05.03
성욕의 담지자 시니피앙  (1) 2024.04.25
기표의 죽음  (0) 2024.03.15
L도식에 대한 이해(조엘도르 에크리 22장)  (0) 2024.02.27
새로운 인생  (1) 2023.12.04
거울의 공격(2022. 1. 8.)  (1) 2023.11.15
증상적 사랑  (1) 2023.11.04
환유는 반복이고, 반복은 무의미다  (1) 2023.10.27